섬은 여행지이기 이전에 일상과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차가 끊기고 인터넷이 느리며 인파가 적은 섬에서는 자연스럽게 걷고, 느끼고, 사색하게 됩니다. 국내에는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완전히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는 섬들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계절과 취향, 여행 목적에 따라 골라 떠날 수 있는 국내 대표 섬 여행지 다섯 곳을 세 가지 테마로 묶어 소개합니다. 트레킹과 풍경을 즐기기 좋은 섬, 감성과 분위기를 누리기 좋은 섬, 조용한 쉼을 위한 섬으로 나누어 자세히 안내합니다.
울릉도와 비진도
울릉도는 트레킹 마니아와 자연 애호가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는 섬 중 하나입니다. 화산섬 특유의 지형은 울릉도의 해안과 산을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 놓았고, 걷는 코스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대표 트레킹 코스인 내수전 일출전망대 코스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시작하기 좋은 일정이며, 관음도 트레킹은 바다와 절벽이 조화를 이루는 경관으로 유명합니다.
일주도로를 따라 차량이나 자전거로 섬 전체를 순회할 수 있으며, 곳곳에 조성된 전망대에서는 울릉도의 해안선을 내려다보며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울릉도는 봄과 가을이 트레킹에 가장 적합하며, 겨울에는 결항률이 높아 사전에 반드시 기상 정보를 확인해야 합니다.
비진도는 통영에서 출발해 여객선으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아담한 섬입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섬 자체가 보호된 자연을 품고 있으며, 섬을 한 바퀴 도는 비진도 둘레길은 비교적 평탄하면서도 경치가 좋아 초보자에게 적합한 트레킹 코스입니다. 약 6km, 2시간 소요되며, 주요 포인트로는 전망대, 몽돌해변, 솔숲 등이 있습니다.
비진도는 여름철 물놀이와 트레킹을 동시에 즐기기 좋으며, 성수기에도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해 혼자 걷거나 연인끼리 조용히 풍경을 즐기기 좋습니다. 숙박은 10여 곳의 민박과 펜션이 있으며, 대부분 해변 뷰를 제공하는 단층 건물입니다. 음식은 해산물 백반, 해물라면, 멍게비빔밥 등이 있으며, 일부 민박은 식사를 별도 제공하므로 예약 시 함께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선유도와 청산도
선유도는 군산 앞바다 고군산군도에 속한 섬으로, 선유대교가 개통된 이후 자전거와 차량으로 진입이 가능한 매력적인 섬이 되었습니다. 섬 간 다리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자전거 여행자에게 가장 큰 매력을 선사하며, 초보자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평탄한 구간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유도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바다가 잔잔해 여름철 어린이 동반 가족에게 적합하며, 비수기에도 조용한 해변 산책이 가능합니다.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명사십리 일몰 포인트와 선유봉의 일출 풍경이 인기입니다. 특히 해 질 무렵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 바닷바람과 노을이 어우러져 완벽한 감성 여행의 장면을 연출합니다. 군산 시내에서 선유도까지 차량으로 약 30~40분이면 도착하며, 도보 여행자라면 군산에서 렌터카 이용을 추천합니다.
청산도는 느림의 미학을 실현한 섬입니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후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걷기 여행 중심의 관광을 유도해 조용하고 질서 있는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대표 산책길인 슬로길은 바다를 따라 나 있는 논길, 밭길, 마을길을 지나며 섬의 전통과 자연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범바위길은 가장 인기 있는 슬로길 구간으로, 조용한 마을과 절벽, 바다, 밭이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1박 2일 동안 하루에 2~3개 구간을 여유롭게 걷는 코스로 일정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숙소는 주로 민박 형태이며, 조식과 간단한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많아 편리합니다.
청산도는 드라마 '봄의 왈츠',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도 유명해 감성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봄에는 청보리밭,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바다와 하늘이 강조된 고요한 장면이 여행의 깊이를 더합니다.
가거도
신안군의 가거도는 국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유인도입니다.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4시간 이상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으며, 날씨에 따라 결항이 잦기 때문에 빠듯한 일정보다는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되는 장소입니다. 그렇기에 도착했을 때의 풍경과 고요함은 어떤 유명 관광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고유의 감동을 줍니다.
가거도는 대부분의 여행 동선이 자연 속에서 이뤄집니다. 섬의 북쪽과 남쪽에 각각 소규모 마을이 있고, 중간에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바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해가 지는 방향에 위치한 전망대는 가거도를 대표하는 일몰 포인트로, 일 년 내내 사진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숙소는 간단한 민박이 대부분이며, 1박 숙박 요금은 4~6만 원 수준입니다. 식사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이용하거나, 마을의 작은 식당에서 직접 주문해 먹을 수 있습니다. 상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물, 간식, 세면도구, 방한용품 등은 사전 준비가 필수입니다.
가거도는 조용히 머물고 싶은 혼행족, 은퇴 부부, 사진 촬영 애호가, 낚시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 이상적인 공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고, 오직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거도 여행의 핵심입니다.
배편은 목포항에서 하루 1~2회 정도 운항하며, 예약은 출항 2~3일 전에는 완료해야 합니다. 기상 조건이 나쁘면 출항이 취소될 수 있으므로 일정 전후로 최소 1~2일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섬 여행은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섬마다 주는 감정과 리듬이 전혀 다릅니다. 어떤 섬은 걷는 즐거움을, 어떤 섬은 사색의 시간을, 어떤 섬은 단순한 휴식을 제공합니다. 울릉도와 비진도는 풍경과 움직임을, 선유도와 청산도는 감성과 연결을, 가거도는 고요한 내면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목적에 따라 떠나는 섬 여행은 단순한 여정이 아닌,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쉼’의 방식이 되어줄 것입니다.